국정화를 거친 우리의 교과서가 같은 길을 간다면...

2015. 11. 16. 00:58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한다? 현교과서들이 좌편향 되어 있다? 좌편향은 어떤 기준인가?

난 국정교과서 세대다. 그땐 교과서가 모두 국정 교과서였다. 그래서 그게 옳은 줄 알았다.

반민특위, 광주민주화, 뭐 이런 건 한줄도 없었고, 5.16도 쿠테타가 아니라 군사혁명으로 알고 컸다.

사실 일제 침략기부터 근현대사는 아주 건성건성 가르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랬다. 그땐

근데 머리 좀 굵어지고 이래 저래 사회가 점차 진보의 성향을 인정하는 시기에 내가 놀라만한 이야기들 그게 국정교과서에 감춰져 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게 뭐냐고? 우리의 근대화의 영웅이신 박정희대통령이 일제시대에 만주독립군을 토벌하던 일본만주군관학교 출신 장교였으며, 멸공을 소리 높여 외치는 그가

한국전쟁 발발전 남로당에 가입했던 사실이 있었던 것 등...

이런 사실들로만 보면 그는 영웅도 아니요, 단지 일신의 안위와 권력를 위해 움직였던 기회주의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난 어릴적 교과서는 정답만 있는 줄 알았다. 90년대 초 전교조 사태를 기억하는가?

하루는 우리 국사선생님이 우리들에게 이렇게 물어 보셨다.

"만약 미국과 북한이 운동경기를 한다면 여러분들은 어디를 응원 하시겠습니까?"

우리들의 대답은 뻔했다.

"미국이요!"

다시 선생님은

"그런데 북한은 우리와 같은 민족 아닌가요? 그런데 꼭 미국을 응원해야 할까요?"

"여러분들이 배운 국사책엔 이렇게 나와 있지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한국은 미국과 소련에 의해 남북으로 나눠지고 서로의 입장에 맞는 사람들을 지도자로 뽑았다고. 그래서 소련의 지원을 받는 북한이 한국전쟁을 일으켰다고... 그럼 과연 미국이 굳이 옳은 걸까요?"

난 그때 머리속이 어지러웠다. '남한과 북한이 나눠서 피터지게 싸운게 어찌보면 전쟁에 승리한 승전국 맘대로 남북으로 나눠버린 탓이 아닌가?'라고

그건 그냥 소련의 욕심과 북한의 자기 욕심에 눈먼 미친 지도자의 선택일 뿐 한국민의 선택이 아닐 것이라고

그랬다 우리 국사선생님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셨던 건 어떤 역사라도 조금만 시각을 달리하거나 편엽된 생각을 가지면 역사는 똑바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전 교과서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국사책안에 우리 할머니가 이야기하시는 정신대나 징용에 대해서는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 정도만 기술되어 있었던 것 같다.

몇명이나 끌려가고 어떤 일을 겪었으며, 몇명이나 죽었는지? 등등은 상세히 알지 못했다. 

우리할머니가 몸서리 치시며 이야기하던 수탈과는 다른 느낌의 서술들만 있었다.

할머니는 이야기는 이러했다.

집에 숟가락이나 젓가락 등 구리로 만든 건 모조리 걷어가고, 동네에서 어슬렁거리는 개라는 개는 다 잡아가고, 창시개명 안한다고 사람들을 매일 지서로 불러서 괴롭히고, 동네 젊은 처녀들을 공장에서 일시킨다고 끌고 가고, 청년들은 징용보내고, 그리고 그 처녀들과 청년들 중에 몇몇은 돌아오는 걸 보지 못했다 하셨다. 그래서 동네 어귀에 일본 헌병이나 순사가 보이면 처녀들이랑 청년들은 산으로 피신하기 일쑤였단다.

또 소나무란 소나무에서는 송진 뽑는다고 죄다 껍질을 다 벗겨 놓고, 쌀은 물론 말할 것도 없고,  지세가 좋은 곳에 도로를 만들고, 국민학교를 세우고, 뭐하나 성한 것도 남아나는 것도 없었다 하셨다.

내가 살면서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보니 내용은 이러했던 것 같다.

구리를 걷어 간 것은 뭐 당연히 무기를 만들려고 한 것 같고, 우리개 수난사를 보니 일본군이 쓸 방한용 장갑을 만들기 위해 개라는 개와 고양이는 다잡아 간 것이고,

이름부터 일본어로 해놔야 우리말을 덜 쓸 것이고(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보통은 이름이니까), 처녀들 뭐 가장 가슴아픈 정신대 이야기며, 청년들은 강제징용이리라.

소나무에서 송진으로 연료를 만든 건 잘 알테고, 더불어 우리민족이 가장 아끼는 소나무를 없애고 싶었던 것도 같고, 수탈과 수송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도로나 철도를 깐 건 알겠는데, 이왕이면 동양사상의 풍수에 입각해서 맥도 끊고....

그런데. 이걸 일본인과 함께 하겠다며 같은 민족 등꼴을 쪽쪽 빨고 부귀영화를 누리던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친일파라는 거.

그들의 주장은 한결 같다. 일본이 있었으니 우리나라가 근대화 되었다고... 식민지화를 근대화로 착각하는 그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러하겠지. 대한제국이 점점 일본의 식민지화가 가속될수록 민초들은 피박을 받던 말던 당신들은 더 많은 신문물을 보게 되었으니까. 

이건 지금의 친일파 후손들이 설파하고픈 역사관이라는게 문제인 것이다.

이말대로라면 정신대 문제와 강제징용, 한반도에서의 일제에 의한 수탈, 우리 토종생명체의 말살, 신민지교육에 의한 민족성 말살까지도 모두 근대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일뿐인 것이다.

이 주장은 일본 극우세력들이 조선침탈을 정당화할때 주로 사용하는 논리라는 것이다. "일본이 조선의 근대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잘봐라 중요한 것은 식민화를 위한게 아니라는 그들의 논리다. 그래서 과거는 없던 걸로 하자는 것인가?

 

남북한이 서로 타의에 의해 갈려질 때도 이승만은 그들을 정리하기 보다는 그들을 앞세워 정권을 유지하기에 급급했다. 그런 그들에게 반민특위 같은 것은 자신들을 위해 존재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 뿐, 민족성 확립 따위는 첨부터 없었던 것이 였다.

백범 김구선생은 지금 색깔 논쟁을 일삼는 자들의 논리로 본다면 좌빨, 빨갱이에 지나지 않는다. 김구 선생께서 평양을 방문하고 김일성과의 대화를 만들려고 했던 것,

지금의 논리대로라면 명확한 좌빨, 빨갱이다. 그러나 현재 어느 누구하나 김구선생을 빨갱이라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국은 김구선생을 매우 위험한 인물로 간주하고 있어다는 것이다. 친미를 내세운 이승만이 과연 김구선생을 편안히 놔두고 싶었겠는가?

결국 김구선생께서는 안두희의 흉탄에 돌아가셨고, 암살범 안두희는 누구의 비호인지 협박인지는 모르지만 천수를 다한 채 자신의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의리를 지켰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역사는 한가지 관점에서만 기술되거나 가르쳐져서는 안된다. 내가 가진 생각이나 관점과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린 좌익, 우익 참 쉽게 규정한다. 대한민국 건국이래 쭉 그래왔던 것 같다. 광복 후 사회 혼란기를 거치면서 친일파는 자신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한다면 그 어느 구실보다 좌익을 들먹였고, 박정희시대에는 자신의 독재에 반기를 들면 빨갱이요, 좌익이였다. 전두환/노태우 시대엔 노동운동, 인권운동, 진보세력은 다 빨갱이고 좌익이였다.

우린 근래들어 그것으로 인해 많은이가 죄없이 희생당했고, 고통받아 왔다는 걸 조금씩이나마 알기 시작했다.

집회를 하면 다 빨갱이인가? 시위를 하면 국가전복인가? 흔히들 시위나 집회가 있으면 베트남의 패망을 좋은 본보기인양 들먹이는데 사실 그 이면에는 남베트남 정부 고관이나 공무원 군인들의 비리와 부패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초들은 그런 것이다. 이념보다는 나의 배고품, 멸시, 있는자의 부정.부패, 소외, 고립, 박탈감에 자신의 의사를 먼저 표출하는 것이지 첨부터 이념...후 개나 줘버려...만약 이들이 진정 좌익의 성향이라면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불만을 좌익들이 이용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가? 즉 정부가 무능하지 않다면 국민의 불만이 적다면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좌익들이 발 붙일 수 있게는가 말이다.

 

어떤 민족의 역사든 그 민족은 자신들의 역사에 자긍심을 가지며, 그 민족의 고난도 부끄러운 과거도 함께 안고 가야한다. 친일 부끄러운 과거이자 우리의 현재다.

교과서 국정화는 현 정권의 논리를 정당화에 지나지 않는다. 부끄러운 자신들의 과거를 근대화, 선진화라 포장화고 그 중심에 섰던 인물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 역사는 결코 미화되거나, 폄하되지 말아야 하며, 숨기거나 더하지도 말아야 하며, 아픈 것도 내것이요, 잘난 것도 내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는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며, 그것의 평가는 그 과정을 겪은 우리가 아니라 제3자의 시각으로 바라 볼 우리의 후대에게 맡겨야 한다.

사진 구글 펌